적산가옥에 대한 자료를 보충하기 위해 용산 일대를 걸었다. 집에서 가깝지만 내 체험적 지도에서 누락된 곳을 골라서 다녔다. 그저 관심 가는 집이 있는 방향으로, 안 가본 방향으로 걸었는데 생각보다 내가 이 동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아주 적다는 것을 깨달았다. 2시에 집에서 나와서 7시에 다시 들어갔으니 꽤 많은 시간을 걸을 셈이다. 아직 누락된 곳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이번 답사를 통해 비어있던 이 일대 지도의 상당히 많은 부분을 채워 넣을 수 있게 되었다.
삼각지에서 서쪽 방면으로 고가를 건너면 용산구청이고 또 한 고개 건너면 효창동이다. 삼각지에서 국방부쪽 건너편은 삼각맨션이 있고 그 뒤로 이어지는 골목은 지난번에 가본 곳이고 반대쪽(고가쪽)의 오른쪽은 형이 다니던 회사가 있던 곳이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곳이었다. 내 체험적 지도에서 누락된 곳은 바로 삼각지 고가의 왼쪽 부분인데 나는 이곳이 신계동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사실은 신계동이라는 지명도 처음 들어보는 것이었다.

신계동 일대를 걸어 다니며 적산가옥마다 사진을 찍었는데 아주 보존이 잘된 적산가옥 수채가 모여 있는 곳을 발견했다. 전체적 구조는 물론이고 창문이나 외장도 거의 완벽하게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 중 가장 압권인 건물은 '합동주택 이란 곳이었다. 카메라 배터리가 다 떨어지는 바람에 요기도 할 겸 근처 분식점에 들어가 이 집에 대해 물어보았다. 아주머니는 배달을 다니면서 근처 집들의 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합동주택'이라는 간판이 붙은 이곳은 10세대 정도가 세 들어 살고 있는데 이 일대가 재개발 예정이기 때문에 모두 나가고 한 가구만 남아있다고 했다.

어두워지기 전에 사진을 찍을 요랑 으로 부랴부랴 끼니를 해결하고 다시 그 집으로 갔다. 한 할머니가 입구에서 종이쓰레기를 정리하고 있었는데 내가 들어가는 것에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내부는 조명이 없이 밖에서 들어오는 광선에만 의존하고 있어서 매우 어두웠다. 셔터 스피드가 나오지 않아 찍은 사진이 모두 흔들렸다. 현관을 들어서면 양쪽으로 좁은 복도가 가로지르고 가운데로 나무로 된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오르게 되어있다. 계단은 완전히 목재로만 이루어져 있어 발을 옮길 때마다 가볍게 삐걱거렸다. 2층도 역시 어두웠고 복도의 양끝에 있는 창을 통해서 겨우 내부를 살펴볼 수 있었다. 만일 내부가 그동안 개조된 것이 아니라면 처음에 지어졌을 때부터 여관 또는 여러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으로 설계된 듯 했다. 한 가구의 크기는 매우 작아서 한 가구에 창문하나, 방문하나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마침 한쪽 집에서 인기척이 있어 더 살펴보지 못하고 집을 나왔는데 더 시간이 있었더라도 뭔가 풍부하게 찾아낼 거리는 없어 보였다.




아까 분식점 아줌마의 말에 의하면 내년부터 이 일대가 모두 재개발되어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그럼 이 분식점도 이사 가야 겠네요' 라는 나의 말에 그렇다고는 했지만 어떤 감정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보물이라도 찾아낸 듯 호들갑떠는 내 마음에 비해 이곳 사람들에게는 그런 것들은 그저 일상의 일부일 뿐이다. 동네를 돌아 나오는데 불현듯 내가 하고 있는 이 짓거리들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 by | 2007/01/11 06:23 | photo | 트랙백(1) | 핑백(1)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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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산가옥들의 구조가 정말 독특하더라고요.
근데 이런 흥미로운 경험을 어떤 방식으로 기록하고 또, 어떻게 작업과 연관시켜야 할지 항상 고민스럽더라고요.
참 어려운 일이예요. 쩝.